엘리트 건달이 되자

아베 슈지의 만화 <엘리트 건달>에는 카와이 세이야라고 하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돈만 밝히는, 출세할 수만 있다면 모두를 이용해먹는, 그야말로 세속의 끝을 보여주는 남자다. 대망의 도쿠마루 고등학교 졸업식 날, 바로 이 사고뭉치, 이 이상한 남자는 졸업생 대표로 단상 위에 올라 연설을 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 동안 공부와 부 활동에 전력투구를 했다느니, 평생을 함께할 친구들을 만났다느니, 온갖 그럴싸한 거짓말만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러다 문득 과거의 일화들을 떠올리며 일순간 진심을 내비친다. “하긴 뭐, 응, 뭐 그렇지, 그럭저럭 즐거운 3년이었어, 아니 4년인가, 음,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

바로 이 자세다. 어제에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 혹은 어제만도 못한 오늘에 낙담하고 비관하기보다 딱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 수 있는 대담함이 필요한 거다. 비참하고 괴로운 일, 참담한 사건들을 겪고 나서도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다. 행복한 날이 올 때까지, 위대한 그날이 올 때까지 마냥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늘 저녁, 밖으로 나가는 거다. 그리고 그럭저럭 즐거운 일을 하는 거다. 뭐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노을이 지는 저녁 하늘에 종이비행기라도 날려야 한다. 영리하지만 지루한 엘리트와 괴팍하지만 자유로운 건달의 사이, 엘리트 건달이 되자. 우리 사회는 지금도 충분히 권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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