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방지 위원회

 이듬해 봄. 노망이 자살한지도 어언 1년이 지나 버렸다. 나는 ‘자살 방지 위원회’라는 비영리 상담 및 구호 단체를 설립했다. 더 이상 그림자 없이 자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순 없었지만 어떻게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내가 보지 못할 뿐 그들은 사회 어딘가에 계속 존재하고 있을 테니까.
 한동안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람에 흔들리던 노망의 모습도 이제 가물가물해졌다는 거다. 그렇게까지 생생하진 않다고 해야 될까. 왜 그럴까?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시간이 약인 걸까? 아니면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 또한 내면의 치유를 얻게 된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내가 받은 뭔가를 돌려주기 위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단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살하고 싶으신가요? 지금 당장 전화하세요.’ 웹 사이트에 올린 광고 문구 포스터도 직접 작업했다!
 작업할 땐 몰랐는데 다시 보니 나름 괜찮군! 그러고 보니 일러스트도 참 오랜만이네. 예전에는 그림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그때 요란하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오픈 시간은 10시인데? 이영이였다.
 아, 깜박할 뻔 했는데 나는 이영이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명백 오빠, 나 왔어! 나 안 보고 싶었어?”
 “아유, 당연히 보고 싶었지. 우리 이영이를 왜 안 보고 싶었겠어!”
 우린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여! 우리 왔다!”
 “안녕하세요. 저희 왔어요!”
 호태가 지혜와 준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잉? 이렇게 밖에서 보다니! 반갑다, 친구야!”
 나는 감격에 겨워 호태를 끌어안았다.
 “프리 허그도 아니고, 낯간지럽게 남자끼리 무슨 포옹이야!”
 “기념으로 한 번 해 줘야지. 그나저나 다들 엄청 일찍 왔네?”
 “오픈인데 빨리빨리 참석해야지!”
 “이제 몸은 진짜 괜찮은 거고?”
 “그럼. 날아갈 거 같다, 야.”

 대주는 어김없이 툴툴거리며 등장했다.
 “에이, 난 또 뭘 차린다기에 대단한 걸 준비했나 했더니 이게 다야? 사무실도 조그맣고, 여러모로 힘들겠다. 쯧쯧,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인데.”
 “돈 벌려고 차린 거 아냐, 이놈아. 이것도 겨우 얻은 거야. 나한텐 감지덕지라고, 감지덕지.”
 “됐고, 이거나 받아라.”
 “오잉? 이게 뭔데?”
 대주는 내 앞으로 흰 봉투를 던졌다.
 “후원금이지, 뭐긴 뭐야.”
 나는 후다닥 봉투를 열어 보았다.
 “야, 대주야! 수표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나 많이? 괜찮겠어?”
 “후후,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챙겨라.”

 그렇게 우린 다 함께 모여 기념사진 촬영을 했고, 테이프를 끊었다.
 “오빠, 오빠한테 무슨 편지 왔는데?”
 잠깐 밖에 마실 걸 사러 나갔다 온 이영이는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누구지? 프랑스? 파리? 오잉! 보라에게서 온 편지였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편지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명백아, 나 보라야. 그날 하려고 했던 말, 미안하다고 했던 말. 네 마음 어떤지 다 알면서 사랑을 받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던 거야. 아직 내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 내 문제가 너무 커서……. 섣불리 사랑했다 너한테 상처만 주게 될까 봐. 넌 내 생명의 은인이잖아? 다른 남자들이면 몰라도 너한테 만큼은, 적어도 너한테 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았어. 바보 같지? 명백아! 그때 날 구해 줘서, 보잘것없는 날 사랑해 줘서 고마워. 그 고마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순 없지만……. 죽는 날까지 잊지 않을게. 아, 오해하지 마! 행복하게 천년만년 살다 늙어 죽게 될 날을 이야기한 거야. 그래, 맞아. 다신 자살하지 않을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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